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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을 보면 서비스화는 전적으로 소프트웨어에대한 이야기로 생각되지만 하드웨어에서도 서비스의 발상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서비스의 기원은 하드웨어에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듈화라는 IT의 아이디어를 먼저 완성시킨 분야가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드디스크를 교환할 때 하드디스크와 메인보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다 선이 맞나 보고 끼우기만 하면 된다 어느 제조사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내부 기술이 어떤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듈화가 꽃핀 하드웨어 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비스 지향을해왔던 것이다 인터페이스를 중시한다거나 자율적으로 동작한다거나 계약에 근거한다거나 호환성을 중시한다는 서비스의 특징은 이미 하드웨어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실현해온 일이다 소프트웨어업계는 하드웨어의 서비스 지향성을 닮고싶어한다 왜 USB같은 범용의 접속성을 소프트웨어에서 이룩할 수 없는지 답답해했다 그런데 하드웨어가 서비스의 완성형은 아니다 최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이룩해놓은 서비스를 거꾸로 배우고 있다 하드웨어 간의 자율적인 연동을 위해 소프트웨어가 이룩한 지능을 활용하되 그 방편을 서비스화로 삼은 것이다 이렇듯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자율성은 서비스 정신에 기반을 두고 정리될 수 있다 편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사회뿐만 아니라 기술까지 서비스화해가고 있다 이제 하나의 부품 하나의 모듈조차도 서비스 정신 없이는 제 몫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더욱더 편해지기를 바라온 인류 그들에게 있어 서비스화의 끝은 어디일까 서비스를 향한 인류의 도전 그 미래가 궁금하다 소프트웨어는 누가 개발해야 하는가 세상에 이런 우문이 어디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개발자라 짧게 대답할 것이다 개발자라는 세 글자에는 외부에서 고용된 그마저도 몇 단계의 하칭을 거쳐 SI 업의 하류 공정을 묵묵히 맡고 있는 젊은이의 초상이 투영된다 정말 소프트웨어는 그들만의 몫일까 일견 당연해보이는 이 상식을 이제는 벗어버려야 할 때다 소프트웨어란 갑이 그중에서도 현업에서 개발해야 한다 을이 개발하고 갑은 검수를 하는 현재의 안이한 세태로는 기업이 지녀야 할 속도와 유연성을 제대로 갖추기가 힘들다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건물을 짓는 일에 비유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이런 생각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건물을 올리라고 시켜놓고 팔짱을 끼고 있는 발주자의 모습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만들 때의 설렘을 총체적으로 잊어가는 사회에서 고객님이 함께 손에 흙은 묻히는 일은 거의 없다 건축이란 적어도 100년 길게는 세기를 넘기는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장인의 정성 즉 고용된 프로페셔널만으로도 가능 한 일이다 한 번 타오른 열정이 100년은 갈 수 있으니 아깝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IT는 오늘을 만드는 일이다 내일읜 전체 조건인 오늘을 매일 만들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 사실을 잊을 때 시스템에 우환이 찾아든다 기업이 맞닥뜨릴 변화의 힘과 속도는 팔짱 낀 방관자적 IT를 두고 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치밀히 구축해봤자 남는 것은 그 시간 동안 변해버린 환경과 이를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풍경을 수도 없이 목격한다 새 집을 지어줬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용자는 낡고 쓸모없다며 구박한다 현장의 사용자 즉 현업이 원하는 그들 마음에 쏙 드는 시스템을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회피하기라도 하듯 현업의 요구는 억제되고 비즈니스의 혁신은 프로젝트 일정에 묵살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개발 프로젝트는 종료를 향해 앞으로만 내달려 간다 SI에서 일어나는 관습적 악순환이다 파견직 개발자들은 자신이 쓸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자신이 유지 보수할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정성껏 만들지 않는다 남을 위해 짜주는 코드와 나를 위해 짠 코드의 질이 같을리 없다 개인이나 집단의 태도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다 훌륭한 프로그램은 남의 집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래에 살아남을 기업은 지금과 같은 태평한 시스템 구축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혁신을 위해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고 그요구가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미래 기업은 이상계 즉 인터넷 서비스 기업 정성껏 만들어준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현실계에서 현업 사용자 스스로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이다 온라인 너머로 기업 시스템을 옮기는 SaaS라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이 대표적 사례다 어설프게 개발한 시스템 어설프게 운영되는 전살실보다 아예 경험 많은 이상계 기업에게 자신의 정보를 업로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정서가 본격적으로 도래할지 모른다 마치 개인들이 자신의 이메일을 포털에 맡기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