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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때로는 심각한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배타적 개념들이 같은 범주 안에 태연히 공생하기도 한다 IT가 그렇다 IT속에서 우리는 적어도 세 가지의 배타적 세계관을 만난다 먼저 현실계의 IT 양복을 차려입은 컨설턴트에게 IT란 현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비즈니스에 부가가치를 부여하며 경영위기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도구다 ERP를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모델링한다 IT는 설령 자신이 부품으로 소모되는 일이 있더라도 비즈니스의 동반자를 자처하며 현실을 강화하려 든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벤더 업자가 주모자다 다음으로 이상계의 IT 청바지를 입은 웹기획자에게 IT란 우리 삶을 흉내 내기 위한 공간이다 그들은 웹의 이상을 떠벌리며 현실의 산업들을 대체할 시상적 세계를 꿈꾼다 신문 방송 영화 음악 등 현실의 기득권 산업을 붕괴할 형이상학적 세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더 이상 IT는 경여의 시녀가 아니다 구글 네이버 등 닷컴과 포털들은 현실을 모방하고 대체할 이상 세계를 꾸려가려 한다그리고 환상계의 IT 반바지를 입은 게임프로듀서에게 IT란 이삶 밖의 세계를 의미한다 꿈꾸는 세계 환각의 판타지 은둔해서 칩거하기 위한 대안적 세계 그들이 만드는 세계 안에 각박한 현실은 아예 흔적도 없다. 이렇게 IT는 현실을 초월한 꿈의 세계를 만든다. 현실의 이방인 대신 폐인이 되기를 선택한 그들. 이미 세계 속에 사는 이들에게 현실은 가까이하기 힘든 타자다 동시접속형 대규모 온라인 게임 MMORPG는 현실에 대한 유희적 거부다 이렇게 뭉뚱그려 IT라 한마디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자들이 등을 맞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 가지 IT는 다른 성격의 인재들에 의해 닮았지만 다른 기술에 의해 방향이 다른 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져왔다 실로 묘한 균형이다 어찌 보면 세 가지의 다른 문명이다 어느 문명에 속한 특정 기업에 애착을 보여 그 가치관에 동조해버리거나 다른 문명을 부러워하고 동경하기도 한다 문명 충돌을 연상시키고 만다 특히나 요즘에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상계의 팽창 환상계의 폭주 그리고 현실계의 피습이라는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닷컴버블 이후 웹은 그저 웹에 불과할 뿐이라는 패배감을 상식으로 가지게 되었다 뉴이코노미니 신시대니 떠들어봤지만 역시 이 세계는 종래의 기득권 산업에 의해 움직인다는 일종의 자괴감에 빠졌다 그러나 웹이 꿈꿨던 이상은 그렇게 쉽게 시들지 않았다 치욕스러웠던 패배가 필연적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던 역습 다시 한번만 더 웹 바로 웹 2.0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소셜네트워크의 붐 웹은 그렇게 모양새를 바꾸어가며 다른 유행어를 입고 되돌아온다 실패한 혁명이여 다시 한 번만 많은 이들이 웹 2.0과 소셜미디어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혁명의 피비린내가 가시지도 않은 지금 지난 혁명을 반추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또 다시 비슷한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상계의 유혹은 강렬하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이상계가 그저 이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이미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가 국경을 넘나든다 전자화된 파생 상품이 창궐하는 오늘날의 금융 세계 모든 가치가 네트워크위에서 증권화되는 세계 이미 우리 세계 자체가 완전히 네트워크상에 투사될 수 있는 형태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글로벌리즘은 이 변질에 의존한다 현실계에 아무런 물리적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현실계의 가치를 끌어갈수 있다 한편 환상계는 이제 그저 한낱 놀이가 아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현실의 낙오 대신 환상 속에서 영웅이 되기를 꿈꾼다 현실에선 소극적 도피자라 불리지만 환상 속에서는 적극적 참여자다 많은 이들이 현실보다 우월한 환상이 제공될 수 있다고 환신하고 있는 것이다중국의 리니지 작업장을 보자 이러한 진풍경이 나올 정도로 현실의 가치가 역류하고 현실을 뒤틀고 있다 환상계는 폭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폭주의 목적지는 현실계다 환상계의 매력이 품은 중독성이 커질수록 현상은 가속화된다 IT의 매력이란 원래 이러한 현실 부정에 있다 현실의 시녀가 되어 현실에 당면한 수요만을 자동화의 힘으로 해결하는 일 한때는 OA라 부르던 그 작업이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힘으로 이어졌을 뿐인 SI 업은 그렇기에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