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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계

답답함이란 이 현실을 감히 부정하기 힘들다는 소극성에 있었다 현실계의 기업들은 이상계의 팽창에 감화되어 그들을 닮은 제품을 늘 만들고 싶어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유행이 불면 조금 품질이 떨어지지만 내부에서 그런대로 쓸 수 있는 기업용 제품들이 뒷북을 치듯 뒤따른다 졸저 코드 한 줄 없는 IT 이야기에서 우리 세상이 IT에 기대하는 바는 계산 모방 가상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양복을 차려입고 현실을 계산해내기도 현슬을 모방한 짝퉁을 웹상에 만들어 오리지널을 붕괴시키기도 현실 도피적 가상세계를 만들어 현실에 좌절한 이들에게 환각의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이 IT가 지닌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가 지닌 이러한 여러 면은 아직 충분히 섞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팽창하거나 폭주하고 또 침범당하는 일은 어떤 힘이 천장을 칠 때 목격되는 주기적 현상이다 그리고 그 혼돈은 기회를 부른다 하루에 17시간이나 모니터 앞에서 게임 훈련을 반복하는 프로게이머란 인종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펼치는 플레이를 한 청년이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있다 이 초현실적인 풍경을 통해 나는 현실과 이상과 환상조차 언젠가 뒤섞이고 말 IT의 힘들 다시금 상상하고 만다 현실계 이상계 환상계의 3계는 각자 다른 IT의 꿈을 꾸고 있다 현실의 강화 보조재로서의 현실계 현실의 이상적 대체재로서의 이상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각적 도피처인 환상계 컴퓨터를 켜는 순간 우리는 이 세 가지 세계 중 하나로 빨려들 듯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상 대신 화면을 보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간다 웹 2.0에 소셜미디어까지 웹의 등장 이래 지속적으로 팽창해가고 있는 현실 대체의 이상 세계 웹 2.0이라며 버전까지 붙어버린 것은 하나의 유행어로 뭉뚱그려 불러도 좋을 만큼 비슷비슷한 현상이 포괄적으로 목격되었다는 뜻이며 소셜네트워크니 소셜미디어니 하는 것은 이 사회의 공기라 할 만한 정서가 생겨났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그 주장에 공감을 느낀 사람들의 수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란 결국 이상계의 비대칭 팽창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유행어는 결코 거저 나온 것이 아니다 그 단어가 지칭하는 어떤세계 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종용하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왜 이상계는 팽창을 거듭하려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세계에 대한 이해와 해명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상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학문적 도움을 잠시 받을 수밖에 없다 이상계의 보충수업 5교시를 급거 편성해보았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배급제였고 역할극이었다 즉 CP라는 역할이 있고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PC통신이나 포털 같은 플랫폼이 있었으며 사용자들은 유로 관객이었다 관객이 나서서 떠들기도 뭐한 이 갇힌 극장에서 웹의 주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성을 보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류는 표현을 못하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종이다 캠프파이어에 둘러 앉은 우리는 얼마나 오래 침묵을 지킬 수 있는가 누군가 나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기타를 꺼내 노래를 부르고 덩실 춤을 추며 즐거운 밤을 찾아 떠나는 그러한 본능적 사회성이 웹에서 발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웹 2.0과 소셜미디어라는 말로 표현되는 다양한 사이트들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참여의 시대가 열린 것은 피할 수 없는 이류의 진화의 한 과정인 셈이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자본과 권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쉬운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솔루션이 필요했고 콘텐츠 확보는 규모의 게임으로 미디어들이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오픈소스로 극빈곤층도 이상계 내에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고 블로그로 풀뿌리 시민 저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반란프레임워크 라 불리는 오픈소스 운동이 초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한 표준화를 갈아엎고 있다 이상계는 민주주의의 궁극적 화신을 꿈꾸는 것일까 이 세계 특유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계의 기득권을 붕괴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