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69

호텔리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서비스직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상당수 사람들은 호텔리어 같은 서비스직은 아무나 할 수 있고 특별한 교육이 필요 없고 그저 손님에게 인사 잘하면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호텔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품격 있는 서비스는 아무나 할 수 있거나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대형 호텔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 최종 면접에서 다수의 면접관들이 한 명의 구직자를 심사하고 합격자들을 상대로 다시 인턴 과정을 거쳐 평가하고 이후에도 또다시 몇 개월 더 훈련시킨 뒤에야 비로소 현업에 투입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사람만이 호텔리어로 불린다 호텔객실부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호텔리어의 꽃이라는 총지배인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현재 국내 외에 일곱 개 호텔을 가진 대형 호텔에서 근무 중이다 이 회사의 전체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총지배인은 일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총지배인 자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말단에서 출발해 총지배인이 된 사람은 역대 총지배인을 다 합쳐도 세 명에 불과하고 더구나 관리직이 아니라 서비스 현업자인 영업직 출신으로 총지배인이 된 사람은 이영재 총지배인이 첫 번째다 투숙객이나 식사를 하러 가는 손님들의 눈에 비치는 호텔은 항상 조용하고 여유롭다 하지만 물 위에서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가 물 아래에서는 부지런히 물갈퀴를 젓듯이 대형 호텔은 수백 명의 호텔리어들이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일하는 공간이다 이영재 총지배인은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호텔이라는 소리 없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중심에 있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난 그에게서는 뒤에서 소리 없이 일을 챙기는 사람의 조용한 여유가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26년 동안 서비스직 현장에서 다져진 서번트리더십에 대한 철학과 자신감이 배어났다 그는 고 3이 될 때까지 뚜렷한 장래 희망이 없었다 부모님은 조용한 성품인 그가 사범 대학이나 교육 대학 쪽으로 진학해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호텔리어를 선택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장래성이 높다며 경영학과를 추천했다 그는 경영학과를 찾아보던 중 희소성이 있고 차별화된 관광 경영학과에 눈길이 갔다 당시만 해도 관광 경영학과가 있는 대학은 전국에서 단 두 곳뿐이었다 그중에서 신입생의 3분의 1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던 대학에 입학한 뒤 관광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해 호텔리어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직에 대한 편견이 심해 처음에는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 사람들은 흔히 서비스직은 특별한 교육이 필요 없고 아무나 할 수 있고 그저 손님들에게 인사 잘하고 비위만 잘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심지어 일부 손님들은 호텔 직원에게 하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제가 호텔리어를 선택했던 당시에는 이런 편견이 더 커서 부모님과 다임 선생님부터 반대하셨죠 1970년대 말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호텔이 처음 생겨나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저는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경영학이 중요하고 여기 산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호텔리어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한 우물을판 셈이죠 저는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학부를 마친 뒤 호텔에 입사했고 그 후 대학원 석사와 박사 전공도 호텔 쪽만 했어요 이영재 총지배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재직 중인 화사에 공채로 합격했다 함께 호텔에 입사한 동기 스물세 명은 대부분 관리직으로 배치됐고 그를 포함한 두 명만 영업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호텔 영업직은 객실부나 식음료부 테스크 담당 등으로 나뉘는데 객실 예약이 그가 처음 맡은 업무였다 그는 주어진 일은 뭐든지 열심히 했고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승진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부 정상 회담이 열렸을 때 정부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을 위한 공식 프레스 센터를 서울의 한 호텔에 마련했다는데 당시 이영재 씨는 객실 과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공식 브리핑을 위해 객실을 찾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의전하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기자들과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체크인과 체크아웃등과 같은 숙박 사항을 연결하고 중간 관리자로서 실무를 챙겼다 그는 영업 직원으로 현업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바쁜 시간을 쪼개 공부도 계속했다 입사 2년 차인 1987년 관광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고 다시 10여 년 뒤인 1999년 관광 경영학 박사 학위도 땄다 실무와 이론으로 무장하면서 그룹 전체의 직원 인성 교육을 맡기도 했다 이후 승진을 거듭해 입사 24년 만에 마침내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영업직 신입사원에서 총지배인의 자리에 오른 첫 사례여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호텔리어들 사이에서는 총지배인이 사장보다 자부심이 더 높습니다 사장은 최고 경영자로서 경영에 주력하기 때문에 고객들과 직접 부대끼며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죠 총지배인은 영어로 제너럴 매니저라고 하는데 이 말처럼 총지배인은 서비스의 충실한 매니저이고 최고위 서비스 매니저입니다 따라서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고객들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고 직원들의 애환도 많이 알고 공유할 수 있는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