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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화사하게 차려입은 웨이트리스가 밝게 웃으며 반긴다 안녕하세요 담당 서버 미키입니다 우리는 주문에서 결제까지 일련의 처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이들웨이트리스가 알아서 돌봐준다 처음이라 메뉴에 익숙지 않다면 친절히 설명해주고 신용카드도 받아서 처리하고 돌려준다 우리는 그렇게 서빙을 받고 대가를 지불한다 이것이 서비스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미키를 활용한다 마주치는 대상은 미키뿐이다 미키가 내가 주문한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옷을 갈아 입고 주방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길 건너의 맥도날드에서 사와 데워주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몇 분 뒤에 내가 주문한 메뉴판 속의 그 햄버거가 정확히 내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그 사실에 만족하고 그들은 나의 만족에 대해 대가를 받는다 이것이 서비스다 이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리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소고기 패티를 굽고 양상추를 썰어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치즈를 배양하고 토마토까지 재배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런 원천적삶의 행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업 덕이다 서비스란 이렇듯 누군가가 다른 이를 위해 제공하는 편익을 말한다 현대 사회는 이러한 참여자 간의 서비스 교환으로 지탱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서비스업들이 산재해 있다 그것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발휘하며 가치를 교환한다 서비스란 현대사회가 이루어놓은 전문성의 상징이다 금융업 소매업 통신업 등 수없이 산재한 업은 자급자족 사회로부터 진보해온 인류의 상징이다 이들 덕에 우리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더 이상 스스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었다 레스토랑에 앉아 미키에게 부탁하면 소를 도축하지 않아도 야채를 재배하지 않아도 햄버거를 먹을수 있다 밥을 하지 않아도 빨래를 할 줄 몰라도 도시 생황에 아무런 문제가 없듯이 우리는 우리 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것이 서비스의 힘이다 인류는 서비스를 잉태함으로써 가장 전문적인 봉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가장 저렴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거리마다 넘치는 푸드 서비스가 집에서 만든 정성 어린 백반에 비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며 저렴한 삶의 방식을 늘 찾아 다니고 있다 그것이 서비스의 마법이고 자급자족의 물물교환 사회가 오늘날의 서비스 사회로 변모한 이유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을 서비스화시키고 있고 생활인으로서의 우리는 서비스에 중독되었다 이미 서비스의 편익은 현대인이 거스를 수 없는 중독성을 지녔다 비즈니스의 세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웃소싱이라든가 ASP SOA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나를 대신해 귀찮은 일을 해줄 누군가를 찾는 일 서비스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IT는 이러한 갈망을 체계화한다 ASP, SOA라는 용어들은 서비스에 대한 IT의 갈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IT 용어속에 서비스들이 들어오게 된 것일까 실마리는 사회 속의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용자는 서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단골밥집이 있다 하여도 다른 음식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입맛을 바꿀 수 있다 이용하던 미장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미장원에 머리를 맡기면 된다 이렇듯 서비스업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편익을 제공한다 서비스란 구속하지 않는 느슨함이 특징인 것이다 IT 용어 중 하나인 소결합이 극대화된 모습이 바로 서비스다 서비스에는 또 서비스를 주고받는 창구 즉 인터페이스가 있다 우리의 담당 웨이트리스 미키가 바로 인터페이스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손님이 직접 주방에 들어가 기웃거리거나 미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주방장에게 드레싱을 바꿔 달라고 한다면 분위기가 어떨까 우리는 이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미키 같은 웨이트리스를 통해서 제공받는다 이 개념이 바로 IT에서 말하는 인터페이스다 그 레스토랑의 재고 관리나 수익 모델 같은 상세 사항은 우리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우리는 질 좋은 햄버거를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이다 내막은 은폐된다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하여도 설사 주문을 받은 미키가 다시 다른 가게에 주문 전화를 넣더라도 우리에게 약속된 서비스만 제공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의 본질이다 서비스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재사용성이다 패밀리레스토랑은 수많은 패밀리들을 위해 서빙한다 어떤한 패밀리라도 상관없이 똑같이 음식을 서빙한다 손님이 패밀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널리 재사용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하나 서비스에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IT가 이를 본받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까지의 IT는 많은 것을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물론 수십 년째 모듈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만들어진 모듈은 사옥에 갇힌 간이 직원식당에 불과했다 서비스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배식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디에 어떤 반찬이 있는지 손님 스스로 조사해야 했다 서비스 정신이 없는 밥한끼 정도야 불편하면 그만이었지만 서비스 정신이 없는 시스템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